신앙시

인동초 꽃

신사/박인걸 2020. 9. 23. 04:27

인동초 꽃

 

척박하고 그늘진 땅에 엎드려

한 겨울이 와도 항복하지 않고

한 송이 가녀린 꽃을 피우려

가슴 한 복판에 돌 제단을 쌓았다.

첫 눈에 빠져버린 사랑은

당신이 딛는 발자국을 따라

아무리 가파른 산길이라 해도

나는 거룩한 노래를 부르며 갔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여름비가

밤새 사정없이 내 의지를 시험할 때

나는 크게 흔들릴 지언즉

결코 당신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

내가 그토록 피우고 싶은 사랑은

당신의 맑은 눈물을 마시며

한 마리 거룩한 꽃나비가 되어

당신 가슴에 포근히 안기는 일이다.

영특한 눈동자가 꿈을 꾸던 날

소년이 되기 전부터 당신에게 홀려

첫눈이 와도지지 않는

인동 초 꽃이 되어 눈시울을 붉힌다.

20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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