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초 꽃
척박하고 그늘진 땅에 엎드려
한 겨울이 와도 항복하지 않고
한 송이 가녀린 꽃을 피우려
가슴 한 복판에 돌 제단을 쌓았다.
첫 눈에 빠져버린 사랑은
당신이 딛는 발자국을 따라
아무리 가파른 산길이라 해도
나는 거룩한 노래를 부르며 갔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여름비가
밤새 사정없이 내 의지를 시험할 때
나는 크게 흔들릴 지언즉
결코 당신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
내가 그토록 피우고 싶은 사랑은
당신의 맑은 눈물을 마시며
한 마리 거룩한 꽃나비가 되어
당신 가슴에 포근히 안기는 일이다.
영특한 눈동자가 꿈을 꾸던 날
소년이 되기 전부터 당신에게 홀려
첫눈이 와도지지 않는
인동 초 꽃이 되어 눈시울을 붉힌다.
202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