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하얀 쌀밥을 먹을 때면
여름 햇살에 꼿꼿하던 벼들과
파삭하게 찐 고구마를 먹을 때면
언덕 밭 고구마 넝쿨이 생각납니다.
여름 햇살에 익던 콩과
농부의 손끝에서 자란 팥과
아무렇게 매달려 크던 호박이
가을 성찬으로 식탁에 올랐습니다.
보랏빛 감자 꽃이
바람에 출렁이던 비탈 밭에서
달걀처럼 흙속에 키운
신비한 재주에 감탄합니다.
가을은 온통 충만한 열매들이
진실한 삶을 자랑하며
아무런 꾸밈과 치장도 없이
정직한 제물로 자신을 드립니다.
가짜와 허영이 즐비한 땅에
주인이 준 형상 그대로
변형과 변질을 경계하며
오로지 원형을 지켜왔습니다.
11월 17일 추수감사절에
나도 곡물(穀物)과 같은 모습으로
아무런 꾸밈이나 위선 없이
조물주께 나자신을 드리렵니다.
20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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