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진달래꽃 필 무렵

신사/박인걸 2020. 4. 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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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필 무렵

 

햇빛이 금가루처럼 쏟아지고

참나무 햇순이 물감처럼 번져가는

산촌의 4월은 로스토아크의 무릉도원이다.

살구꽃 생강나무 꽃 산 벚꽃이

오일장마냥 보따리를 풀어 놓으면

빨갛게 핏발 돋은 진달래는

면장(面長)집 외동 딸 만큼 고왔다.

양지마을 토담 곁에는 온 종일 햇빛이 놀고

빚쟁이처럼 찾아 온 졸음은 바둑이도 잠재웠다.

그 집 소녀의 포플린 연분홍치마 자락은

매일 소년의 마음을 자석처럼 끌어당겼고

꽃잎을 흔드는 바람처럼 내 가슴을 흔들었다.

소녀가 봄노래를 흥얼거릴 때면

소년의 가슴도 곁방망이질을 하고

그녀가 마루에 앉아 두툼한 책을 읽고 있을 때면

나는 활자가 되어 빨려 들어가고 싶었다.

마을이 붉은 봄빛으로 뜨거울수록

소년의 가슴은 므라피산 활화산이 된다.

에스토로겐의 과다 분비가 춘정을 자극하여

소년은 사춘기 증후군을 홍역처럼 앓았다.

뒤돌아보면 가슴앓이도 바람과 별의 추억

붉은 진달래꽃 비탈에서 그때처럼 피고 있다.

20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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