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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도시
코로나 폐렴이 도시를 에워쌌다.
아나운서의 상기된 확진자 발표가 두렵다.
꽃은 앞 다투어 피는데
도시의 가슴은 개기일식이다.
자욱한 한숨을 흰 마스크가 틀어막을 때
답답한 기침소리는 총소리처럼 들린다.
신문에 인쇄 된 사망자 숫자에
어떤 허무가 머릿속을 요란하게 휘젓는다.
그깟 세균여과기에도 걸리지 않는 비말(飛沫)에
졸병처럼 스러지는 영장류가 기막히다.
황무한 벌판에 도시를 일으킨 자존심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는 망신(亡身)이다.
아인슈타인, 민코프스키의 논문을 독해하는 눈도
바이러스를 잡아내지 못하다니 한심하다.
코로나가 쏟아진 거리는 구멍이 숭숭하고
질서를 잃은 불안감이 찢어진 비닐처럼 나부낀다.
출구 없는 바람은 도시 간판을 뜯어내고
여름 장마보다 지루한 시간이 흘러간다.
손 하나 쓸 수 없는 무력함이여
하늘만 쳐다봐야하는 고통이여
오늘은 황사먼지까지 휩쓸어 더욱 어둡다.
20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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