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진노를 거두소서

신사/박인걸 2020. 4. 1.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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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노를 거두소서.

 

세상은 속속들이 썩어 무법천지가 되고

사람들이 죄악의 냄새를 피우므로

이 하늘과 저 하늘을 활짝 열어

당신은 코로나 진노를 쏟아 부으시나이다.

 

직립보행자만 골라 숫자를 먹이시며

하나하나 독방에 가두시었다가

더러는 잔인한 형벌로 호흡을 회수하시니

이제는 숫자가 늘어 소름이 돋나이다.

 

앰뷸런스의 사이렌은 가슴을 찢고

콜록 이는 기침 소리는 총소리로 들려오니

제아무리 마스크로 울타리를 둘러도

파고드는 비말(飛沫)을 어찌 하오리이까.

 

산으로 숨으면 바이러스를 따돌리며

바다건너로 도망치면 안전지대가 있으리이까.

당신이 추적하시면 피할 곳이 없아오니

진노를 멈추시는 일 외에는 길이 없나이다.

 

무작위로 저주의 잔을 쏟아 부으시면

무고한 이들이 억울한 수난을 당하오며

약삭빠른 자들은 깊이 숨나이다.

벌을 내리시려거든 악한 자들만 가려내소서.

 

노여움을 거두소서. 칼을 집에 꽂으소서.

지구촌에 사는 억만 인생을 돌아보옵소서.

당신의 분풀이는 이쯤에서 멈추시고

코로나를 도말(塗抹)하사 편히 살게 하옵소서.

20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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