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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파스의 기억
한 밤에 일어난 구름은
노란 별들을 검은 보자기에 파묻었다.
첨탑 위를 달려가는 바람소리는
자식 잃은 어미의 규환(叫喚)이다.
스스로 투신한 빗방울들은
산산이 부서진 채로 아스팔트위에 쌓인다.
간판들은 억세게 몸부림친다.
가로등불도 연실 눈을 감는다.
하늘이 깨지는 소리에 섬광이 튀고
도시는 흑암 속으로 침몰한다.
그 밤 나는 사나운 사막 위를 걸었고
한 줄기 희망은 개미귀신이 끌어당겼다.
벗어나려 버둥거릴수록
의식은 어떤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그 밤 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밧줄로 나의 의지를 기둥에 묶었다.
흐르는 시간은 신(神)도 붙잡지 못한다.
아침은 어둠을 지우며 달려왔다.
두 개의 태양은 나의 눈동자에서 빛났고
그 아침은 나의 개벽(開闢)이었다.
그날의 사변은 사라지지 않는 기억이다.
20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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