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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이야기
내 가슴 속에 묻어 둔
나만 아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억조차 아주 희미한
아주 오래된 비설화입니다.
서른 세 구비 가파른 지르멧재는
연골(軟骨)소년의 등굣길에 벅찼습니다.
헐떡이며 정상에 올라설 때면
자작나무 한 그루가 늘 반겼습니다.
정상에는 주인 모를 무덤 두어 개가
유령만큼이나 어린 나에겐 두려웠지만
뻗어 오르는 나무의 우듬지를 보며
나의 꿈을 그 가지에 걸었습니다.
작은 가슴에 얹은 어린 손으로
저 높은 하늘을 우러러 빌었습니다.
나의 가는 길이 가파를지라도
내 발걸음을 지켜주시고
하늘 향해 뻗어 오르는 자작나무처럼
소년의 파란 꿈을 이뤄주소서.
세월은 그렇게 흘러 오늘에 와보니
자작나무에 걸어 놓았던 그날의 꿈이
무성한 가지되어 사방으로 뻗었습니다.
아직도 그때 그 자작나무는
내가 한 번 찾아와 주길 기다릴 테지요.
20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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