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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시인/바람
싸리 꽃 핀 산을 오르던 날
한 줄기 바람이 이마를 스치며
시원한 존재임을 각인시킬 때
나는 바람에게 속지 않는다.
굶은 창자의 비명을 들으며
얼어붙은 대지를 걸을 때
찢어진 겉 옷 사이로
살을 찢던 바람을 나는 알고 있다.
출처도 종착지도 모를
이리저리 돌고 돌아
맑은 눈에 모래를 뿌리고 떠나는
바람에게 속지 않는다.
눈이 시리도록 피어 올린
능소화 꽃송이를 내동댕이치고
천년 白松의 허리를 사정없이 꺾던 날
나는 바람의 난폭함을 보았다.
두 얼굴의 표리(表裏)와
철면피의 가증함을 감추고
꽃향기 물고와 살며시 유혹하는
바람아 나는 너의 정체를 안다.
2019.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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