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겨울 밤

신사/박인걸 2016. 1. 31. 16:45

겨울 밤

그 해 겨울은 긴긴 밤이었다.
달은 짙은 구름에 파묻혔고
빛나던 별은 눈이 띄지 않았다.
끼룩거리며 하늘을 날던 기러기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미친바람은 나뭇가지를 비틀고
얼음장 밑에 갇힌 고기들은
퇴로(退路)를 찾지 못하여 두려웠다.
아침 태양이 떠오르려면
아직도 멀기만 한데
한 줄기 빛도 없는 절망의 터널에서
연실 깊은 한숨을 내 뱉으며
절망의 눈물을 쏟아야 했다.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손을 잡아 주는 사람도
아니면 잡을 것을 던져주는 이도 없었다.
나 홀로 허우적대며 외쳐야 했다.
팔 다리에는 거미가 기어오르고
눈에 불을 켠 늑대들은
저만치서 입맛을 다시며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은 물거품이 되었고
잡았던 외줄은 끊어지려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허공에 나를 던지고 싶었다.
더 이상 나의 의지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바람소리는 사납게 다가왔다.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나는
처연(悽然)히 눈을 감을 뿐이었다.
어떤 미궁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객혈(咯血)을 하던 겨울밤이었다.
2016.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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