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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신사/박인걸 2015. 7. 28. 10:10

빗소리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새벽잠에서 깨어났다.
박자를 맞추는 낙숫물소리와
리듬이 흐르는 빗소리에
잠자던 의식이 살며시 기지개를 편다.
나지막한 어머니 자장가가
어린 가슴을 어루만질 때면
무장을 해제 당한 채 나는
깊은 꿈속을 산책한다.
고단한 농부 아버지가
이런 날이면 대청마루에 누워
기차화통 삶아먹던 소리가
빗소리에 섞여 가슴을 울린다.
건넛집에서 울려오는 다듬이소리
부엌에서 빈대떡 굽는 소리
양철지붕 뒤집던 소낙비소리가
조용한 마음을 마구 흔든다.
토란잎에 구르던 빗방울만큼
맑은 눈동자의 소녀와
비닐우산을 함께 쓰고 걷던
시골길도 눈에 보인다.
혼곤한 도시 생활에 찌든
여유 잃은 나그네 가슴에
겹겹이 쌓인 낡은 먼지들을
말끔히 닦아내고 있다.
비야 하루 종일 내려다오.
2015.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