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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으며
길이 있기에 그 길만 걸었다.
가야하는 길인 줄 알고 그냥 걸었다.
함께 걷던 사람들 모두 사라진 지금까지
나 홀로 외롭게 길을 걸었다.
내가 가는 길이 외길인줄 알고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이 길만 걸었다.
지루하고 따분해도 줄기차게 걸을 때
내 마음은 지폐채운 지갑처럼 뿌듯했다.
어느 날 내가 걷던 길옆에 샛길이 있어
호기심에 그 길에 들어섰더니
그윽하고 호젓함에 마음이 설랬다.
누군가 그 길을 걸었기에 길이 났고
그 길을 밟은 발자국은 뚜렷했다.
어떤 희열이 발바닥에 일어섰고
길 끝에서 만날 기대감에
감정의 파도가 연이어 일렁였다.
반면 어떤 두려움에 머리칼이 흔들고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원 인간처럼
내 심장소리가 정수리에 들렸다.
하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걷는다.
처음 걷던 그 길처럼 걸으려 한다.
길이 끊겨 되돌아온다 해도
걷는데 까지 한 번 걸으려 한다.
202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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