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밤(夜)

신사/박인걸 2021. 4. 17. 09:11

밤(夜)

 

대지는 흑암 속에 갇히고

숲에는 빛이 어둠을 이기지 못한다.

조명(照明)이 도시를 점령했지만

달려드는 암연과 힘겹게 싸운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어둠이

토혈처럼 번져나갈 때면

제풀에 꺾여 사그라지기를 기다릴 뿐이다.

태양이 자취를 감춘 밤에는

혼돈과 공허가 왕 노릇 하지만

그 밤이 꼭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내 몸을 치장했던 껍데기들을 훌훌 벗고

나만의 자유를 맘껏 누린다.

노출 되었던 자신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지친 영혼을 수면(睡眠)에 묻는다.

잡다한 생각들을 걸러내고

방전된 에너지를 가득밀어 넣는다.

어둠 속에 고단한 의식을 깊이 잠그면

지난 하루의 찌꺼기들을 필터링하고

아침과 함께 나는 다시 부활한다.

내일 살아나기 위해 어둠의 이불의 덮고

이 밤 또 침대위로 기어 올라간다.

202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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