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그곳

신사/박인걸 2021. 4. 20. 14:45

그곳

 

살구꽃이 지던 밤

소쩍새 사연 하늘에 흩뿌리고

함석집 창문에는 남포불빛이 희미한데

은색 달빛에 꽃 그림자 살랑이던

고향집 앞뜰이 주름진 눈동자에 어른댄다.

송홧가루 노란연막처럼 피어오르고

조팝나무 꽃 흐드러질 때면

밀물처럼 번져가는 찔레꽃 향기에

벌 나비들 취해 길을 잃었다.

꽃 따지, 냉이 꽃, 민들레, 꽃마리,

둥굴레, 은방울 꽃 지천으로 피어나고

슬픈 운율의 멧비둘기 뒷산에서 울고

직박구리는 매화꽃잎을 쪼고

산 까치 정겹게 앞마당에 노닐 던

도연명의 이상향보다 더 솔직한 동네.

봄밤이면 자주 꿈길에 걷는 그 곳

202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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