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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궁구(窮究)
흐무러진 벚꽃위로 비가 내릴 때
수만의 작은 나비 떼 날아 내린다.
흠뻑 젖은 날개가 힘에 겨워
아스팔트위로 팔딱이며 스러진다.
우줄우줄 피어난 개나리꽃
샛노란 꽃 이파리 해맑았는데
온 종일 쏟아진 장대비에
후줄근한 몰골이 못내 가엽다.
나뒹구는 목련 꽃잎 서글프고
살구꽃잎도 헌집처럼 무너졌다.
핏발 돋은 진달래꽃 주저앉고
늙은 홍매화 붉은 핏방울로 진다.
청초히 돋아난 옥잠화 새잎만
내려붓는 봄비를 반색하고
푸른 잎 새 맺혀있는 이슬방울이
은구슬만큼이나 영롱하다.
같은 날 내리는 사월 봄비는
이토록 서로가 딴판일까
서럽게 울며지는 꽃잎 애처롭고
가슴 도려낼 만큼 처연하나
연초록 빛 무성한 새싹들은
새 세상을 만난 듯이 출렁댄다.
피고 지고 가고 오는 교차로에
희비의 쌍곡선이 뚜렷하다.
20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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