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봄비 궁구(窮究)

신사/박인걸 2021. 4. 3. 22:56
반응형

봄비 궁구(窮究)

 

흐무러진 벚꽃위로 비가 내릴 때

수만의 작은 나비 떼 날아 내린다.

흠뻑 젖은 날개가 힘에 겨워

아스팔트위로 팔딱이며 스러진다.

우줄우줄 피어난 개나리꽃

샛노란 꽃 이파리 해맑았는데

온 종일 쏟아진 장대비에

후줄근한 몰골이 못내 가엽다.

나뒹구는 목련 꽃잎 서글프고

살구꽃잎도 헌집처럼 무너졌다.

핏발 돋은 진달래꽃 주저앉고

늙은 홍매화 붉은 핏방울로 진다.

청초히 돋아난 옥잠화 새잎만

내려붓는 봄비를 반색하고

푸른 잎 새 맺혀있는 이슬방울이

은구슬만큼이나 영롱하다.

같은 날 내리는 사월 봄비는

이토록 서로가 딴판일까

서럽게 울며지는 꽃잎 애처롭고

가슴 도려낼 만큼 처연하나

연초록 빛 무성한 새싹들은

새 세상을 만난 듯이 출렁댄다.

피고 지고 가고 오는 교차로에

희비의 쌍곡선이 뚜렷하다.

2021.4.3

반응형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일락 꽃  (0) 2021.04.09
봄 언덕에서  (0) 2021.04.07
벚꽃  (0) 2021.04.01
진달래꽃  (0) 2021.03.27
어떤 무덤들 앞에서  (0) 2021.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