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고독 태초부터 지금까지 허공을 달리는 태양아 어슴푸레한 밤하늘에 외롭게 떠가는 달아 억겁의 세월을 바다에 떠 있는 섬들아 홀로 지내는 고독을 내 어찌 모르랴. 무거운 짐을 지고 사막을 걷는 낙타와 둥지서 기른 새끼를 보내고 구슬프게 우는 비둘기야 석양을 바라보는 주름살 깊은.. 나의 창작시 2015.09.09
백로소묘 백로 소묘 정수리에서 맴돌던 태양이 건넌 마을위로 비켜가고 수척해진 능소화가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태풍에 휘둘린 잡초는 세탁해 낸 빨래 같고 벌레에게 뜯긴 나뭇잎 마다 호흡곤란을 겪고 있다. 짙푸르던 미루나무는 담즙이 막혔나 황달을 앓고 꼿꼿하던 억세 풀도 제풀에 주저앉.. 나의 창작시 2015.09.07
그 시절 추억 그 시절 추억 봉천동 산비탈에 허물어져가는 판잣집 사이로 두 평 남짓한 셋방살이 다섯 식구 칼잠에 꿈마저 희미했지만 수선화를 닮은 새색시 어려운 살림에도 꽃처럼 웃고 샘처럼 맑은 눈빛으로 용기를 주던 나의 아내야 오십 오번 시내버스 빌빌대며 넘던 상도동 고개 허접한 간판 내.. 나의 창작시 2015.09.05
산비둘기 산비둘기 동트기 전 울음이 구슬프다 적막한 이 시간에 고요를 깨는 처량한 호소가 닫힌 창틈으로 흘러 오그린 마음을 흔든다. 지난밤도 뒤척였다. 오래사니 응어리도 있고 텅 빈 마음이 허무하다. 잡동사니가 떠올라 마음이 헝클리어 어지럽다. 사는 것이 아픔이고 견디는 일은 눈물이.. 나의 창작시 2015.08.27
처서 그즈음 처서 그즈음 달맞이꽃 달 맞으면 북두칠성은 토라져 산을 넘고 넘쳐흐르는 은하수에 뜨거운 별들이 뛰어들던 가슴 설레던 처서 그즈음 달그림자를 함께 밟으며 별빛에 잠기던 우리 마주 잡았던 손을 놓으면 이내 그리움이 출렁이고 돌아서는 뒷모습에 금세 눈시울이 촉촉해 지던 메밀 .. 나의 창작시 2015.08.26
아릿한 추억 아릿한 추억 노량진 철길로 새벽 열차 달리는 소리를 들으며 고픈 배를 움켜잡고 잠 못 이루며 뒤척이던 때 배고파 칭얼대다 잠 든 네 살배기를 바라보노라면 바늘을 삼킨 듯 명치끝이 따끔거리고 눈이 퀭한 아내가 밀가루 봉지를 털어 만든 멀건 아침 수제비 한 그릇에 아픔의 눈물이 고.. 나의 창작시 2015.08.25
여름 비 여름 비 시인/박인걸 적 목련 나무 한 그루 여름비가 어루만질 때 매우 고단한 잎들이 큰 위로를 받는다. 뙤약볕 내리쬐는 길가에서 아스팔트 열기에 진땀을 빼며 귀찮고 성가신 기계음에 매일 불면증에 시달렸다. 손 뻗을 곳 없는 공간에서 외로운 뿌리를 내리며 혼신의 힘으로 일어서서.. 나의 창작시 2015.08.21
억새 억새 억새는 칼날을 곤두세우고 바람 소리를 듣는다.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며 잠 못 이루며 서걱 인다. 방황의 세월을 거슬러 오르며 빳빳한 마음가짐으로 영혼에 푸른 문신을 새기고 脫胎를 다짐했건만 폭풍이 나무를 뽑던 밤 숲이 목 놓아 울 때 푸른 억새의 다짐은 하얀 물거품으로 사.. 나의 창작시 2015.08.20
아버지 아버지 옥수수 밭 사이로 꼴짐을 지고 비 오듯 흘리는 찝찔한 땀 냄새 날은 저물고 소는 기다리고 걸음은 무겁고 숨은 가쁘다. 이 고진 노인 주름 깊은 아버지 평생 짐만 지니 가엽고 가엽다. 한 평생 농사군 찢어진 적삼 낡고 낡은 신발에 설음만 고인다. 2015.8.19 나의 창작시 2015.08.19
동심의 여름 동심의 여름 풀내음 꽃내음 짙게 풍기는 한여름 산골 정겨운 마을 산나리 님 맞으려 몸단장하고 보랏빛 도라지꽃 수줍은 몸짓 물총새 탐방대며 짝 찾아 날 때 우둔한 어치는 졸음을 쫓고 풋 잠자리 서툰 곡예비행에 긴긴 여름 해는 짧기 만하다. 콩 꽃이 피어난 둑길을 따라 둔덕 천에 모.. 나의 창작시 201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