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1314

아카시아 꽃

아카시아 꽃 시인/박인걸 가시에 찔리며 피었기에 속살은 더욱 희고 萬苦고의 아픔을 견디었기에 꿀은 더욱 단가보다. 속으로 곪은 가슴에서 내뿜는 짙은 향이 기에 온갖 벌 나비를 취하게 하는가 보다. 인고의 세월을 보내며 한 뜸 한 뜸 떠내려가던 나의 어머니 이불 보 자수(刺繡)로 새긴 꽃이여 바라만 보아도 가슴 가득 출렁이는 포도송이보다 소담한 어머니 향기 같은 꽃이여 2010,5,29

나의 창작시 2010.05.29

간격(間隔)

간격(間隔) 시인/박인걸 달과 해의 거리가 멀 듯 사람 사이에도 먼 거리가 있지만 별들이 모여 반짝이듯 가까워 행복한 사이도 있다. 해는 뜨거워 달아오르고 달은 차가워 시리니 둘은 만나면 불행하지만 별들은 서로 껴안을 때 즐겁다. 사람과 사람의 사이는 임계(臨界) 거리가 좋다는데 그대와 나의 거리는 어디쯤일까 가까이 하기엔 너무 아득하다 좁힐 수 없는 간격이라면 바라만 보는 것만도 행복하니 언제나 그 자리에서 도망하지 말아 주었으면

나의 창작시 2008.08.12

겨울 산길에서

겨울 산길에서 오그라든 가랑잎 위로 첫눈이 솜처럼 내릴 때면 함박 웃는 그대가 눈이 온다며 달려올 것 같아 자작나무에 기대어 오솔길만 바라보고 서있다. 젊은 날의 추억들은 아득하게 멀어져 가지만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이면 꺼져가던 불씨처럼 살아나 그대가 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기다리고 서 있다. 첫 눈이 내릴 때쯤이면 숲은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깊은 잠자리로 드는데 헛된 욕망을 가득 품은 나는 왜 여기서 서성이는 걸까. 가던 길도 지워지고 돌아갈 길도 지워지는데 기다림으로 떨고 있는 이 숲에 그대여 여기에 오려거든 온 천지 뒤 덮는 함박눈으로 찾아와 다오.

나의 창작시 2007.12.02

나팔꽃의 기도

나팔꽃의 기도 시인/박 인걸 줄 사다리에 몸을 싣고 당신이 그리워 오르고 또 오릅니다. 밤길이 어두워 혹시라도 미끄러질까 보랏빛 등을 길목 마다 밝혔습니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내 마음도 크게 흔들려 여기서 그만 멈출까 그러나 그럴 수 없습니다. 된 서리가 내리기 전에 나는 당신을 보고 싶지만 그리 못할지라도 내년에 다시 오르기 위해 작은 씨앗을 묻어 두었습니다

나의 창작시 2006.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