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억새

신사/박인걸 2015. 8. 20. 11:30

억새

억새는 칼날을 곤두세우고
바람 소리를 듣는다.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며
잠 못 이루며 서걱 인다.
방황의 세월을 거슬러 오르며
빳빳한 마음가짐으로
영혼에 푸른 문신을 새기고
脫胎를 다짐했건만
폭풍이 나무를 뽑던 밤
숲이 목 놓아 울 때
푸른 억새의 다짐은
하얀 물거품으로 사라졌다.
그날부터 억새는
억세게 살기로 다짐했다.
바람에 흔들릴 지라도
꼬꾸라지지 않으며
산짐승에 짓밟힐지라도
쓰러지지 않으리라.
입에 문 예리한 칼날이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낼지라도
검은 피를 내 뱉으며
짙푸른 옷에 풀을 먹이고 있다.
201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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