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추억
봉천동 산비탈에
허물어져가는
판잣집 사이로
두 평 남짓한 셋방살이
다섯 식구 칼잠에
꿈마저 희미했지만
수선화를 닮은 새색시
어려운
살림에도 꽃처럼 웃고
샘처럼 맑은 눈빛으로
용기를 주던 나의 아내야
오십 오번 시내버스
빌빌대며 넘던 상도동 고개
허접한 간판
내 마음의 삼류극장
호떡 한 봉지 손에 들고
가파른 육교를 단숨에 넘어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아가들 생각에
셋방으로 달리던 발걸음아
연탄 한 장을 발발 떨고
손빨래에 지문이 닳아도
쌀 한 봉지를 고마워하며
뜨겁게 드리던 눈물의 감사기도
고층 아파트
고급 승용차 물결
휘황찬란한 네온의 밤거리
사라진 그 동네
이제는 낡은 한 장의 사진으로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사람 냄새 가득했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립기만 하다.
201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