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여름 비

신사/박인걸 2015. 8. 21. 10:25

여름 비
            시인/박인걸

적 목련 나무 한 그루
여름비가 어루만질 때
매우 고단한 잎들이
큰 위로를 받는다.

뙤약볕 내리쬐는 길가에서
아스팔트 열기에 진땀을 빼며
귀찮고 성가신 기계음에
매일 불면증에 시달렸다.

손 뻗을 곳 없는 공간에서
외로운 뿌리를 내리며
혼신의 힘으로 일어서서
의젓한 기풍이 돋보이나

이야기 벗 하나 없는
거대한 독방에 갇혀
전봇대만 바라 볼 뿐
희망을 단념한지 오래다.

봄에 진 목련꽃의 눈물이
굵은 빗방울이 되었나.
늦여름 어귀에서
목마른 나무는 힘을 얻는다.
201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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