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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 36

낯선 여로

낯선 여로 오래 걸었지만 여전히 낯선 길이다여기엔 누구의 발자국도 남지 않는다.나무들 침묵하며 지켜보고바람은 조용히 속삭인다.무거운 발걸음 내디딜 때마다내 앞에는 늘 새로운 시간이 열린다. 산 그림자 길게 드리우고저녁노을 슬프게 물들었다.출처를 알 수 없는 새들의 노래지나온 길 위의 깊은 정적이나의 온 몸을 감싼다.순간 나는 북받치는 감정에 휩싸인다.  처음 맡는 향기는 뇌를 자극하고화려하지 않은 들꽃은전혀 수줍지 않은 모습으로지나가는 길손을 바라본다.나는 야생화 숲을 지나가며꽃들의 진실한 대화를 느낀다. 구불구불한 길의 끝이 궁금하다.그 길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그래도 나는 무턱대고 걷는다.매 순간이 새로운 발견이고본성(本性)의 밑변에서는시들었던 감각들이 다시 깨어난다. 내 여로의 종점에언젠가는 ..

나의 창작시 2024.06.18

불면의 밤

불면의 밤 잠 못이루는 상념의 시간 고요속에 흐르는 심연의 혼돈속에침대 누운 대로 뒤척이며새까만 우주의 공간을 헤매인다.세상은 깊은 잠에빠져 잊혀지고나만 홀로 깨어 우주를 방황하며어둠 속에 숨겨진 나만의 비밀나는 그 비밀의 문앞을 서성인다.눈을 감을수록 또렷한 기억들하나하나가 수많은 삶의 그림자어둠의 장막을 찢고 나오는 빛의 파편들그 안에 숨어있는 나만의 진실들,왜 나는 잠들지 못하는가.알 듯 하면서도 차마 말할 수 없는어둠 속에서도 느껴지는 삶의 무게나는 그 무게를 받아들이지 않으려한다.잠은 결국 하나의 작은 죽음이고깨어 있음은 존재의 증명이다.불면의 밤은 나의 존재를 각성케 하고나는 그 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는다.어둠이 시간을 깊이 파묻을 때나는 나를 마주하며 받아들인다.불면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

나의 창작시 2024.06.17

자기 피로 산 교회(행 20:28~32)

자기 피로 산 교회(행 20:28~32) 『introduction』교회라는 말이 복음서에서는 마태복음 16장에서 처음 베드로의 신앙고백과 더불어 나타납니다. 그 고백의 장소는 가이샤라 빌립보입니다. 갈릴리에서 북쪽으로 약 45분쯤 자동차를 타고 올라가면 헐몬산 기슭의 바니아스라는 곳에 이른다. 헐몬산 자락에서 나오는 이곳의 풍부한 물은 시내를 이뤄 갈릴리 호수로 흘러 들어갑니다.거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가이샤랴 빌립보란 곳에 이르게 됩니다. 본래 이곳 주민들은 풍요와 다산의 신인 바알신을, 헬라계 거주민들은 산림과 야수의 신인 판신을 섬겼습니다. 당시 헤롯왕은 로마 정권에 아부하기 위해 로마황제 숭배 신당을 세워두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이 장소가 당시 우상의 땅이었음을 시사합니다.왜 예수님은 제자들을 ..

2024년 설교 2024.06.17

어느 간이역

어느 간이역 흙냄새 가득한 초록 벌판을 지나여름 햇살에 반짝이는 자갈길한적한 간이역에 서 있는 나 구식 시계탑 아래 낡은 시곗바늘은 쉬지 않고삶의 기나긴 여정 속 한순간 머물러지나온 발걸음을 바라본다. 기차는 멀리서 달려오며한적한 산골 마을의 시간을 가른다.짙은 그리움에 젖어 든 나는가슴 안쪽에 숨겨 놓은 기억을 꺼내 본다.잠시 머문 플랫폼에서우리의 인생길도 그렇게 이어짐을 깨닫는다. 풀향기 사방에서 모여든 낡은 벤치에 앉아머리 위로 맴도는 구름과고요히 흘러가는 시골 마을의 시간 속에서뜸한 발걸음에 적막한 이 고요는삶의 작은 쉼표가 되고나는 여기서 또 다른 여정을 떠난다. 정겹다 못해 아름다운 풍경수줍게 피어있는 야생 산나리 꽃울타리에서 활짝 핀 붉은 접시꽃삶의 고단함 속에서도작은 위로를 찾아내는 이 순..

나의 창작시 2024.06.17

저문 하늘 아래

저문 하늘 아래 저문하늘 아래 무겁게 내려앉은 고요. 바람은 멀리서 긴 한숨을 토하고왕래가 줄어든 거리에는 그림자도 사라졌다.낮빛은 어디론가 달아나고어둠은 물감보다 진하게 내려와이미 내 마음에 자리 잡은 쓸쓸함을 충동한다.지나간 꿈과 잊힌 시간들추억도 안개처럼 산산이 부서지고빈 껍데기도 풍선처럼 날아갔다.우리는 다 같은 운명을 안고메마른 벌판을 헤매는 나그네일 뿐이다.마지막 불빛이 꺼지는 순간까지별이 뜬 하늘을 바라보며누구도 줄 수 없는 평온함과 안식이저녁 밀물처럼 밀려들어잃어버린 기억까지 돌아오기를,어둠이 내려앉은 하늘 아래세상이 멈추는 장엄한 이 순간내 숨결은 차가운 시간으로 녹아들고정리 되지 않은 쓸쓸한 여정은내 일의 새로운 시작을 기다린다.2024,6,16

나의 창작시 2024.06.16

잃어버린 시간

잃어버린 시간 무수히 흘러보낸 시간에 대하여나는 눈을 감고 반추한다.바람에 스쳐간 추억의 숨결과그리운 빛 속에 사라져버린그 많은 순간에 내 마음을 내어준다. 시간은 언제나 흐를 뿐이지만나는 그 흐름 속에 부유하며수많은 조각을 놓치지만,그 조각들이 다시 모여잃어버린 시간을 쌓아 올린다. 내가 잃어버린 시간은내 곁을 멀리, 아주 멀리 떠나바다의 수평선처럼 멀어지고해면(海面)에 잠긴 조각난 시간들은내 곁으로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잃어버린 시간은영영 사라진 것이 아니라,내 마음 한구석에 일부는 남아보이지 않는 가는 끈으로나의 현재와 미래를 엮어간다. 남아 있는 시간에서 나는 나를 찾는다.그 시간이 비록 넉넉하지 않지만,시간의 흔적은 빛나는 광선이 되어나의 삶을 완성해 가고그 시간은 다시 나를 시간위에 ..

나의 창작시 2024.06.16

다시 한번 서약하네.

축시(祝詩) 다시 한번 서약하네.                          은혜교회 설립 38주년에 붙여                        시인/ 박인걸 목사  삼십팔 년의 시선을 거슬러여기,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기억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곳,바로 이 성스러운 성전, 한줌의 믿음으로 시작된 이야기여린 불씨로 피어오르던 기도들황무지 같던 땅 위에꿈처럼 세워진 은혜교회 첫 발걸음을 내딛던 날의 설렘작은 손 모아 나누던 뜨거운 헌신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우리 믿음의 초석들 비바람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는신앙의 기둥들, 그리고어둠 속에 빛이 되어 주던주님의 사랑이 끝없이 흐르네. 수많은 기적이 일어난 자리눈물과 기도로 쌓아올린 기도우리의 사라지지 않는 꿈과 소망하나님 앞에 드린 정성의 고백 하나..

축시 2024.06.15

한여름 더위

한여름 더위 달아오르는 한여름 더위는존재의 심연에서 우러나오는소리 없는 열정이다.그 거대한 침묵속에 태양은흐르는 시간을 녹여 뜨거운 숨결을 품고불타오르는 대지위에 깔린 열기는삶의 고통과 기쁨이 뒤섞인 세상을보이지 않는 손길로 우리를 어루만진다.과도하게 뜨거운 여름 햇살은낮이 길어 일어나는 자연현상이 아니다끊임없이 타오르는 생명의 불꽃이며우리를 고무하며 전진하게 하는면역력보다 더큰 내면의 힘이다.한여름 더위는 모든 것을 아우르고우리는 그 열기안에서자신의 존재를 여름과일처럼 익힌다.녹아내리는 시간 속에서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고끝없는 가능성의 바다로 뛰어든다.마음속에 눌어붙은 이성을 닦아내고뜨거운 감성을 불러내서시들었던 영혼을 춤추게 한다.한여름 더위는 단순한 자연의 역할이 아니다우리가 존재함을 크게 일..

나의 창작시 2024.06.15

그리움에 대하여

그리움에 대하여                               박인걸아득하게 흘러가는 구름처럼잡을 수 없는 손길 닿지 않는 곳에여전히 내 마음 깊이 머물러 있는 그리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헤아릴 수 없이 먼 하늘 별빛은언제나 그 자리에서 빛나듯내 마음 역시 같은 자리에서아직도 그대를 그리워한다. 때로는 깊은 심해와 같은내 가슴속에 그대는 일렁이고그리움의 파편이 심장을 두들일때면가라앉기까지 먼바다를 바랄 볼 뿐이다. 나는 길 잃은 나그네처럼그대를 찾아 헤매는 내 영혼내 마음 언제 그대에게 전해질까.나 또한 그 숨결 언제나 느껴볼까. 마지막 잎새 땅에 떨어지듯그리움도 세월은 지우고 말겠지그리움까지 날개를 접고나면방황의 흔적도 사라지고 말겠지,2024,6,14

나의 창작시 2024.06.14

비(雨)

비(雨) 비가 온다.흐느끼며 비가 온다.소리치면서 비가 쏟아진다.빗줄기 창문을 두드리며 거세게 오고천둥과 번개는 세상을 찢는다.내 어머니는 한평생 비를 맞으며자기 운명을 비에 헹구어 내며 울었다.온종일 비맞는 사람의 방에서등잔불은 늙은 어머니 주름처럼 수그러지고나는 캄캄한 밤을 혼자 걸었다. 비가 온다.내 머리 위로, 때론 가슴에 쏟아진다.발걸음 닫는 곳마다 고독이 고여길위에 물웅덩이가 깨어지고길가 비에 젖은 잡초는 몸서리치며길잃은 새들이 슬프게 운다.이렇게 하염없이 비내리는 날에는모든 생각을 주머니에 쑤셔넣고나는 이명(耳鳴)처럼 들리는 빗소리에고집 샌 거위처럼 눈을 감는다.2024,6,13

나의 창작시 202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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