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맹추위

신사/박인걸 2023. 1. 24. 22:38
  • 맹추위
  •  
  • 눈구름 한 점 없는 맨 하늘에서
  • 차가운 기운이 쏟아진다.
  • 머리맡에 둔 물 양재기 꽁꽁 얼었던
  • 그 해 겨울보다 더 춥다.
  • 추위에 굼뜬 비둘기가 차에 치였고
  • 지하 주차장에 피란 온 길고양이 눈치만 본다.
  • 쪼그만 새들은 멀리 도망치고
  • 마당 옆 목련 나무는 체념의 빛이 역력하다.
  • 한파 주의보는 종일 전파를 타고
  • 제주에 발이 묶인 승객이 가엽다.
  • 하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
  • 수시로 불어 닥친 맹추위를 견디었다.
  • 새벽 네시에 강바람을 맞으며 한강교를 건넜고
  • 하루 연탄 한 장에 목숨을 맡기고
  • 세 식구가 그 해 겨울을 보냈다.
  • 아이앰에프 외환위기에
  • 내 영혼을 장대에 매달았고
  • 한여름 내내 등골에는 찬 서리가 내렸다.
  • 곤파스가 수도권을 강타하던 밤
  • 육십자 종탑에 기어올라
  • 바람에 흩날리는 철판을 붙잡고 울었다.
  • 영하 이십도는 추위도 아니다.
  • 가슴이 얼어붙는 추위가 맹추위다.
  • 202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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