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래시장
- 돼지껍데기가 그리운 날이면
- 나는 원미동 재래시장에 간다.
- 쫄깃쫄깃한 껍데기 볶음은
- 소가죽처럼 질기지 않아 맛있다.
- 용산 굴다리 너머 재래시장에는
- 청과 채소가 산더미를 이루고
- 꼭두새벽 아르바이트를 뛰던 시절
- 단백질보충이 돼지껍데기였다.
- 한겨울 찬바람은 살갗을 파고들고
- 세차게 휘날리는 눈발은 작은 의지를 꺾곤 했다.
- 치열한 생존의 땀냄새는
- 겨드랑이 아래서 샘처럼 솟았지만
- 생존과 직결된 몇 푼의 지폐를 위해
- 그해 겨울 손수레를 끌어야 했다.
- 시장쓰레기 썩는 냄새가 점막을 자극하고
- 상스럽고 거친 욕지거리가 난무해도
- 손수레와 사람이 뒤엉킨 시장에는
- 인간다움의 정이 흘렀다.
-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그 시장이
- 문득문득 떠오를 때면
- 가까운 재래시장을 찾아가
- 그때 그 냄새를 다시 들이마시며
- 꿈을 키우던 초심을 되새긴다.
- 2023.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