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그 마을 이야기

신사/박인걸 2023. 1. 26. 04:12
  • 그 마을 이야기
  •  
  • 까칠봉이 까맣게 일어섰고
  • 깃대봉은 하늘과 맞닿았다.
  • 점점이 흩어진 우람한 산맥이
  • 푸른 파도처럼 흘러내리고
  • 미인송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에는
  • 국경 없는 새들이 모여 노래 불렀다.
  • 꽃비 내리던 봄날 향기에 취하고
  • 여름 장맛비는 그리움만 키우고
  • 가을 단풍잎 곱게 염색할 때면
  • 어린 소년은 숲길을 걸으며 꿈을 주웠다.
  • 흰 눈이 처마까지 쌓일 때면
  • 고립된 마을에는 산 노루가 가족이 되고
  •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마을은
  • 사라지지 않는 신기루였다.
  • 제니스 진공관 라디오 한 대에
  • 마을 아낙네 늦은 밤까지 모여앉아
  • 라디오 연속극에 빠져 울고 웃었고
  • 황금심의 노랫가락에 혼이 빠졌다.
  • 종교인보다 더 선한 이웃이
  • 숟가락까지 챙겨주며 모여 살았고
  • 양심법 하나만으로 충분한
  • 그 마을은 나의 이상향이었다.
  • 2023.1.26
  •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을 기다리며  (1) 2023.01.27
눈 꽃  (0) 2023.01.26
맹추위  (0) 2023.01.24
재래시장  (0) 2023.01.22
회한(悔恨)  (0) 2023.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