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한(悔恨)
- 흘러간 시간을 어디서 찾으랴.
- 주어진 재물을 낭비함같이
- 붙잡지 못한 시간이 마냥아쉽다.
- 꽃이 피고 지던 날에
- 시간의 묘기에 관심이 없었고
- 밤과 낮이 교차하는 구조 속에
- 정확한 시간이 작동되는 걸 잊었다.
- 내 젊은 날의 초상(肖像)은
- 별처럼 빛날 줄 알았고
- 총명했던 뇌의 기억 장치가
- 뇌진탕에 스러질 줄 몰랐다.
-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두워지기 전에,
- 먹구름이 곧 비를 몰고 오기 전에,
- 시간을 아끼라.’하던 시구(詩句)를 잊었던가.
- 밝던 태양은 햇무리에 갇히고
- 시간에 갉아 먹힌 하현달이 불쌍하다.
- 흘러간 시간의 자국마져
- 봄눈처럼 감쪽같이 사라졌다.
- 사방을 둘러보아도
- 되돌아갈 길은 찾을 수 없다.
- 두 개의 동공에 점안액을 집어넣어도
- 시간의 창문은 모두 닫혀있다.
- 섣달그믐에 나는 오뇌(懊惱)할 뿐이다.
- 2022.1.22. 섣달그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