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회한(悔恨)

신사/박인걸 2023. 1. 21. 17:56
  • 회한(悔恨)
  •  
  • 흘러간 시간을 어디서 찾으랴.
  • 주어진 재물을 낭비함같이
  • 붙잡지 못한 시간이 마냥아쉽다.
  • 꽃이 피고 지던 날에
  • 시간의 묘기에 관심이 없었고
  • 밤과 낮이 교차하는 구조 속에
  • 정확한 시간이 작동되는 걸 잊었다.
  • 내 젊은 날의 초상(肖像)은
  • 별처럼 빛날 줄 알았고
  • 총명했던 뇌의 기억 장치가
  • 뇌진탕에 스러질 줄 몰랐다.
  •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두워지기 전에,
  • 먹구름이 곧 비를 몰고 오기 전에,
  • 시간을 아끼라.’하던 시구(詩句)를 잊었던가.
  • 밝던 태양은 햇무리에 갇히고
  • 시간에 갉아 먹힌 하현달이 불쌍하다.
  • 흘러간 시간의 자국마져
  • 봄눈처럼 감쪽같이 사라졌다.
  • 사방을 둘러보아도
  • 되돌아갈 길은 찾을 수 없다.
  • 두 개의 동공에 점안액을 집어넣어도
  • 시간의 창문은 모두 닫혀있다.
  • 섣달그믐에 나는 오뇌(懊惱)할 뿐이다.
  • 2022.1.22. 섣달그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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