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고질병(痼疾病)

신사/박인걸 2022. 3. 12. 18:51

  • 고질병(痼疾病)
  •  
  • 버들강아지 춤추고
  • 개나리 줄을 서서 피어날 때면
  • 하나가 아닌 그리움들이
  • 가슴을 헤집고 돌아다닌다.
  •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언덕에 앉으면
  • 기억의 파편들은 폭탄 조각처럼 퉁겨지고
  • 그리움이 깊게 흐르는 가슴을
  • 묵직한 흔들바위처럼 흔든다.
  • 그 그리움이 반드시
  • 어떤 형식을 갖추고 다가오는 건 아니다.
  • 살아오면서 엮어졌던 숱한 파일이
  • 봄기운에 부팅되는 복잡한 양상이다.
  • 사무치는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
  • 높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 길게 우는
  • 멧비둘기 중저음처럼
  • 시들지 않은 가슴을 아무렇게나 휘젓는다.
  • 내 삶의 깃털이 내려앉은 곳마다
  • 깊이 묻어두었던 그리움을
  • 일시에 불러오는 정체는 누구일까.
  • 삭아버린 하얀 앙금 같았던 그리움은
  • 해마다 봄날이면 도지는 고질병일거다.
  • 약으로 낫지 않는 마음 병일거다.
  • 2022.3.12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쭉꽃  (0) 2022.04.30
회상(回想)  (0) 2022.03.19
꽃망울  (0) 2022.03.08
봄의 전령(傳令)  (0) 2022.02.27
봄이 오는 소리  (0) 2022.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