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질병(痼疾病)
- 버들강아지 춤추고
- 개나리 줄을 서서 피어날 때면
- 하나가 아닌 그리움들이
- 가슴을 헤집고 돌아다닌다.
-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언덕에 앉으면
- 기억의 파편들은 폭탄 조각처럼 퉁겨지고
- 그리움이 깊게 흐르는 가슴을
- 묵직한 흔들바위처럼 흔든다.
- 그 그리움이 반드시
- 어떤 형식을 갖추고 다가오는 건 아니다.
- 살아오면서 엮어졌던 숱한 파일이
- 봄기운에 부팅되는 복잡한 양상이다.
- 사무치는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
- 높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 길게 우는
- 멧비둘기 중저음처럼
- 시들지 않은 가슴을 아무렇게나 휘젓는다.
- 내 삶의 깃털이 내려앉은 곳마다
- 깊이 묻어두었던 그리움을
- 일시에 불러오는 정체는 누구일까.
- 삭아버린 하얀 앙금 같았던 그리움은
- 해마다 봄날이면 도지는 고질병일거다.
- 약으로 낫지 않는 마음 병일거다.
- 2022.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