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꽃망울

신사/박인걸 2022. 3. 8. 16:40

  • 꽃망울
  •  
  • 엄동(嚴冬)의 시간을 견디는 일은
  • 제 살을 바늘로 찌르는 아픔이었지만
  • 강가에 휘몰이 치던 북풍은
  • 차가운 수은주를 데리고 떠났다.
  • 털장갑 하나없이 떨어야 했던 시간들이
  • 내 심장 근육에 평생토록 뭉쳐 있어서
  • 내리쬐는 투명한 봄 햇살도
  • 언 가슴을 녹여 내리지는 못한다.
  • 연년이 춘삼월은 꽃망울을 피우고
  • 멧비둘기 이른 아침 봄을 알려도
  • 맨발로 겨울 벌판을 걸어온 경험들이
  • 봄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는다.
  • 내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선에는
  • 황사 안개가 늦가을 아침처럼 쌓이고
  • 이른 매화 꽃망울 희죽이 웃고 있어도
  • 녹지 않은 가슴에는 감동이 없다.
  • 꽃가지 마다 형형의 정체성을 따라
  • 짙은 꽃향기를 분수처럼 내 뿜는다해도
  • 실익(實益) 하나 없는 나에게는
  • 홀연히 사라지는 유령에 불과하다.
  • 한때 화려하던 꽃가지의 허무함에서
  • 조기 은퇴한 연예인의 얼굴이 보이고
  • 어느 해처럼 꽃송이가 쏟아지게 핀다 해도
  • 나는 그 곁에 서성이지 않겠다.
  • 20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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