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회상(回想)

신사/박인걸 2022. 3. 19. 19:38

 

  • 회상(回想)
  •  
  • 새벽에 일어나 밖에 나서면
  • 검은 하늘에 샛별이 반짝이고
  • 강여울 물소리는 밤새 잠들지 않았다.
  • 초가집 처마에 잠든 새들은
  • 아직 먼동이 터오기를 기다리는데
  • 집 잃은 산비둘기만 먼 산에서 울고 있었다.
  • 산 아래 남포등 희미한 예배당에서
  • 새벽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지는 종소리만
  • 아직 꿈속에서 헤매는 농부들의 영혼을
  • 낙원 입구를 배회하게 할 뿐이었다.
  • 곧이어 짙은 어두움이
  • 샛별과 함께 어디론가 떠나 버리면
  • 자유로운 새들의 노랫소리가
  • 진달래꽃 향기를 싣고 달려왔다.
  • 나는 아직 사랑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 나는 나를 한없이 사랑했다.
  • 누구에겐가 내 마음을 편지에 담아 보낼
  • 수취인은 아직 없었지만
  •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의 이야기를
  • 내 마음의 서랍에 고이간직했다.
  • 기나긴 세월의 징검다리를 건너뛰어
  • 가끔 마음의 서랍을 열 때면
  • 그 시절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 주마등 빠르게 지나간다.
  • 생강나무 꽃 노랗게 피는 아침이면
  • 토막의 기억이 옥잠화 새순처럼 치민다.
  • 202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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