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상(回想)
- 새벽에 일어나 밖에 나서면
- 검은 하늘에 샛별이 반짝이고
- 강여울 물소리는 밤새 잠들지 않았다.
- 초가집 처마에 잠든 새들은
- 아직 먼동이 터오기를 기다리는데
- 집 잃은 산비둘기만 먼 산에서 울고 있었다.
- 산 아래 남포등 희미한 예배당에서
- 새벽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지는 종소리만
- 아직 꿈속에서 헤매는 농부들의 영혼을
- 낙원 입구를 배회하게 할 뿐이었다.
- 곧이어 짙은 어두움이
- 샛별과 함께 어디론가 떠나 버리면
- 자유로운 새들의 노랫소리가
- 진달래꽃 향기를 싣고 달려왔다.
- 나는 아직 사랑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 나는 나를 한없이 사랑했다.
- 누구에겐가 내 마음을 편지에 담아 보낼
- 수취인은 아직 없었지만
-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의 이야기를
- 내 마음의 서랍에 고이간직했다.
- 기나긴 세월의 징검다리를 건너뛰어
- 가끔 마음의 서랍을 열 때면
- 그 시절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 주마등 빠르게 지나간다.
- 생강나무 꽃 노랗게 피는 아침이면
- 토막의 기억이 옥잠화 새순처럼 치민다.
- 2022.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