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망울
- 엄동(嚴冬)의 시간을 견디는 일은
- 제 살을 바늘로 찌르는 아픔이었지만
- 강가에 휘몰이 치던 북풍은
- 차가운 수은주를 데리고 떠났다.
- 털장갑 하나없이 떨어야 했던 시간들이
- 내 심장 근육에 평생토록 뭉쳐 있어서
- 내리쬐는 투명한 봄 햇살도
- 언 가슴을 녹여 내리지는 못한다.
- 연년이 춘삼월은 꽃망울을 피우고
- 멧비둘기 이른 아침 봄을 알려도
- 맨발로 겨울 벌판을 걸어온 경험들이
- 봄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는다.
- 내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선에는
- 황사 안개가 늦가을 아침처럼 쌓이고
- 이른 매화 꽃망울 희죽이 웃고 있어도
- 녹지 않은 가슴에는 감동이 없다.
- 꽃가지 마다 형형의 정체성을 따라
- 짙은 꽃향기를 분수처럼 내 뿜는다해도
- 실익(實益) 하나 없는 나에게는
- 홀연히 사라지는 유령에 불과하다.
- 한때 화려하던 꽃가지의 허무함에서
- 조기 은퇴한 연예인의 얼굴이 보이고
- 어느 해처럼 꽃송이가 쏟아지게 핀다 해도
- 나는 그 곁에 서성이지 않겠다.
- 202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