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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꽃
붉은 핏방울이 흘러내린다.
총탄에 맞은 병사들의 가슴처럼
벚나무와 참꽃나무에서 피가 쏟아진다.
완만한 언덕길로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사람들 질퍽대는 피를 밟으며 걷는다.
나는 밟아야 할지 돌아서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 주춤거릴 때
뒷사람이 앞질러가는 발자국소리에
짧은 변별력은 붕괴되었다.
난 나무도 피를 흘린다는 걸 오늘 깨달았다.
꽃들이 피를 쏟으며 떠난 자리에
새로운 생명이 남아 박히고
자신들의 형상을 축소한 씨앗들 속에는
원조(元祖)의 숨결이 살아 숨 쉰다.
나는 냄새 없는 핏물이 두렵지 않다.
죽는 일이 소멸이 아니라
다시 사는 일인 것을 깨달아서다.
산이 이토록 푸른 이유는
일시에 피 흘리는 꽃들의 죽음덕분이다.
해마다 사월에는 피는 꽃만큼
피를 흘리며 죽는 꽃이 있어 벅차다.
202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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