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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登山)길
한 노인이 이백십칠미터짜리 산을 오른다.
어제도 오르고 오늘 또 오른다.
장딴지가 땅기고 뻐근해도 중단할 수 없다.
심장에 불이 붙고 등줄기에 샘이 터져도
노인은 지팡이도 없이 혼자 걷는다.
누군가 밟았기에 길이 생겼고
발자국들이 쌓여 길표가 붙었다.
지난겨울 험한 산길에서 인생을 보았고
봄 비탈길 흙냄새에서 삶을 보았지만
꽃잎이 흩날릴 때는 많이 서글펐다.
지는 꽃잎이 흰 머리카락에 떨어질 때
꽃과 노인의 마음은 허옜다.
나뭇가지 붙잡은 손은 떨리고
가파른 길목에서 두 다리가 휘둘렸다.
이름 모를 새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노인이 오르는 길목을 지켜보면서
한참을 나뭇가지에 앉아 숨을 죽였다.
산길은 천천히 걷는 노인은
산보다 더 가파르고 미끄러운 그 산을 올라
척추는 쉬고 싶다고 소리를 질러도
발의 의지는 정상을 치닫는다.
노인이 구부능선을 휘돌아갈 때
저녁 햇살이 맞은 편 산등성에 걸렸다.
202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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