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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간다.
햇빛은 잿빛 구름장 속에 갇히고
바람은 고삐 풀린 송아지마냥 날뛴다.
응달에 쌓인 눈은 달빛만큼 차갑고
도시 새들은 어느 처마 밑으로 숨었다.
차들이 달릴 때마다 도망치지 못하는 가로수는
겨울에 갇혀 더욱 가엽고
빌딩에 가린 낡은 빌라 베란다에는
한 낮에 잠시 찾아 왔던 빛이 떠났다.
하얀 눈을 며칠 째 뒤집어 쓴 승합차는
오일벨브가 얼어붙어서 발이 묶였다.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는
겨울밤에는 별들도 하늘에 얼어붙고
된 바람이 문풍지를 흔들 때면
가슴이 작은 소년은 다리를 뻗지 못했다.
밤마다 언강은 스스로 얼음장을 깨고
추위를 견디지 못해 큰 소리로 울었다.
살을 에는 듯 한 강추위도 시간 앞에 맥을 못 쓰고
달력이 한 장씩 떨어져 나갈 때
겨울은 스스로 물러간 기억이 있다.
도시 전체가 살벌한 추위에 갇히고
가난한 가슴들은 희망까지 얼어붙어도
내가 딛고선 땅 속에서는
봄이 꼼지락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은 괴로워도 겨울은 간다.
20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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