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눈과 그리움

신사/박인걸 2021. 1. 12. 22:08

눈과 그리움

 

잿빛 하늘이 낮게 내려앉더니

수억의 나비 떼처럼 흰 눈은 날아내리고

은빛 세상으로 변한 언덕에서

나는 어느 꿈속 마을로 착각한다.

아주 어릴 적 걷던 산골길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눈송이를 맞으며

나 혼자 작은 발자국을 남길 때

아늑했던 그 느낌이 오늘 되살아난다.

이렇게 눈이 쏟아지는 날에는

깊은 곳에 잠들었던 무수한 추억들이

노르웨이에서 보았던 폭포처럼

가슴을 마구 흔들며 일어선다.

눈보다 더 하얀 얼굴의 앞집 소녀가

우리 집 쪽으로 눈을 쓸며 오다

나하고 딱 마주칠 때면

그녀의 머리에 쌓인 눈을 털어주고 싶었다.

웃음이 가득 고인 소녀의 눈은

하얀 눈빛 보다 맑게 빛났고

뒤돌아서서 걸어가는 뒷모습을

넋을 놓고 그냥 바라만 보았다.

그 소녀에 느꼈던 감정은

지금 와서 생각하면 애정이었고

눈이 오면 그 소녀가 생각나는 것은

아직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2021.1.12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통의 깊이  (0) 2021.01.16
봄은 오려나  (0) 2021.01.13
헛수고  (0) 2021.01.10
겨울은 간다.  (0) 2021.01.09
한파  (0) 2021.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