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봄을 기다리며

신사/박인걸 2021. 1. 5. 22:42

봄을 기다리며

 

이렇게 추운 날은 마음도 춥다.

눈발이 비추지 않는 말라붙은 하늘에는

낮달도 하얗게 얼어붙었고

강바람이 몰아치는 자유로 강변에는

마른 갈대들이 물이랑처럼 너울거린다.

이렇게 강추위가 맹위를 떨칠 때면

꿈과 희망까지 얼어붙었던 그 시절 기억이

주사바늘처럼 심장주위를 찌른다.

몸도 마음도 굶주림에 지친 사내는

노량진 한강교를 힘없이 걸을 때

붙잡을 손 하나 없는 고된 현실에

절벽 같은 절망이 영혼까지 집어삼켰다.

그토록 굵던 배짱과 용기는 멀리 떠났고

슬기와 지혜는 흙탕물에 잠겼다.

현실의 벽을 뛰어 넘으려던 관절은 부러졌고

저항할 용기는 술 취한 듯 비틀거렸다.

나에게 남았던 마지막 자존심도

아침 이슬처럼 어디론가 도망치고

새까만 머릿속에는 빈 깡통만 굴러다녔다.

절망을 딛고 강추위를 이길 수 있었던 기적은

오직 봄을 기다리는 희망이었다.

심장 구석에 숨겨놓았던 작은 불씨가

죽었던 영혼에 불을 지폈다.

2021.1.5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파  (0) 2021.01.08
폭설(暴雪)  (0) 2021.01.07
딱따구리  (0) 2021.01.04
새해의 기도  (0) 2021.01.03
동한(冬寒)의 땅  (0) 2021.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