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이렇게 추운 날은 마음도 춥다.
눈발이 비추지 않는 말라붙은 하늘에는
낮달도 하얗게 얼어붙었고
강바람이 몰아치는 자유로 강변에는
마른 갈대들이 물이랑처럼 너울거린다.
이렇게 강추위가 맹위를 떨칠 때면
꿈과 희망까지 얼어붙었던 그 시절 기억이
주사바늘처럼 심장주위를 찌른다.
몸도 마음도 굶주림에 지친 사내는
노량진 한강교를 힘없이 걸을 때
붙잡을 손 하나 없는 고된 현실에
절벽 같은 절망이 영혼까지 집어삼켰다.
그토록 굵던 배짱과 용기는 멀리 떠났고
슬기와 지혜는 흙탕물에 잠겼다.
현실의 벽을 뛰어 넘으려던 관절은 부러졌고
저항할 용기는 술 취한 듯 비틀거렸다.
나에게 남았던 마지막 자존심도
아침 이슬처럼 어디론가 도망치고
새까만 머릿속에는 빈 깡통만 굴러다녔다.
절망을 딛고 강추위를 이길 수 있었던 기적은
오직 봄을 기다리는 희망이었다.
심장 구석에 숨겨놓았던 작은 불씨가
죽었던 영혼에 불을 지폈다.
20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