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한파

신사/박인걸 2021. 1. 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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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강력한 헥토파스칼이

인해(人海)전술로 쳐들어 올 때

이미 동사(凍死)한 해충들의 시체는

냄새 없이 흰 눈 속으로 사라졌다.

새 봄으로 가는 길목에는

늘 이런 시련이 파도처럼 덮치고

감당하기 힘든 아픔이 몰아칠 때면

새들도 부르던 노래를 숨긴다.

지난 가을이 단풍과 함께 사라지던 때

나는 이런 날이 올 것을 예견했지만

서릿발이 일어선 도시 거리에는

초점 잃은 눈동자들만 얼씬거린다.

잔인한 전염병은 흰색 공포를 쏟아 붓고

죽음의 사자들은 음압병동을 노려본다.

우연히 만난 낯 선 사람들은

독침을 숨긴 공작원보다 더 두렵다.

왜 세상은 이토록 추울까

살아서 숨 쉬는 자들을 괴롭힐까.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이토록 버거울까.

요란한 앰뷸런스의 질주 굉음이

차가운 가슴을 철렁하게 한다.

코로나 확진 문자가 휴대폰을 진동하고

한파주의보는 카톡을 달군다.

이번 한파는 흔치 않은 생의 시련이다.

20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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