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강력한 헥토파스칼이
인해(人海)전술로 쳐들어 올 때
이미 동사(凍死)한 해충들의 시체는
냄새 없이 흰 눈 속으로 사라졌다.
새 봄으로 가는 길목에는
늘 이런 시련이 파도처럼 덮치고
감당하기 힘든 아픔이 몰아칠 때면
새들도 부르던 노래를 숨긴다.
지난 가을이 단풍과 함께 사라지던 때
나는 이런 날이 올 것을 예견했지만
서릿발이 일어선 도시 거리에는
초점 잃은 눈동자들만 얼씬거린다.
잔인한 전염병은 흰색 공포를 쏟아 붓고
죽음의 사자들은 음압병동을 노려본다.
우연히 만난 낯 선 사람들은
독침을 숨긴 공작원보다 더 두렵다.
왜 세상은 이토록 추울까
살아서 숨 쉬는 자들을 괴롭힐까.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이토록 버거울까.
요란한 앰뷸런스의 질주 굉음이
차가운 가슴을 철렁하게 한다.
코로나 확진 문자가 휴대폰을 진동하고
한파주의보는 카톡을 달군다.
이번 한파는 흔치 않은 생의 시련이다.
20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