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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풍경(風景)
산은 줄줄이 일어서서
흘러가는 구름을 산허리로 끌어 내리고
태양은 산등성을 타고 오르느라
아침마다 지각생이 된다.
길을 찾아 헤매던 바람은 숲에서 잠들고
젖줄이 된 냇물은 얼음장에 갇힌다.
듬성듬성 둘러앉은 마을은
포근한 연기를 매일 피워 올리고
은은히 퍼지는 술 익는 냄새에
산촌 마을은 곱게 취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첫눈이 길을 지우고
굵게 얽힌 눈꽃송이들이
열 폭 병풍보다 더 멋지게 펼쳐진다.
모래톱을 갉아먹던 바람은
흙먼지를 쓸어 담아 령(嶺)너머로 가고
강변에 모여앉아 울던 갈대들도
눈에 파묻혀 스산한 소리를 접는다.
겨울로 치닫는 돌담 모퉁이에서
꽃잎과 단풍잎들의 기억을 지웠다.
눈길을 걷는 한 겨울 운치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나를 세웠다.
아주 오래 된 겨울 풍경이 오늘은
영화장면처럼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202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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