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늦가을
산비둘기 멀리 떠나니
앉아 울던 나무 가지가 쓸쓸하다.
토종 까치들만 종종걸음 칠 때
붉 나무가 그 앞에 열매를 던져준다.
늦가을 접어드는 길목에는
서글픈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지천으로 뒹구는 가랑잎을 밟을 때
삶의 허무가 뼛속까지 스민다.
구름에 달이 천천히 가던
아주 오래 전 서리 내리던 밤
옥수수 섶 베던 아버지 낫질 소리에
연민(憐憫)이 치밀어 울었었다.
허리 졸라맨 어머니가
등잔불 밑에 앉아 가난을 꿰맬 때
불빛에 반사된 눈에 맺힌 눈물이 슬펐다.
늦가을 낙엽이 나부낄 때면
어머니 낡은 옷자락이 눈에 밟힌다.
2020.10.29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