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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사
그토록 황홀했던 이파리들은
바람 불던 오후 어디론가 떠나고
거무칙칙한 가지들만
살풍경한 느낌에 불쾌하다.
겉모양에 그냥 반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는데
감쪽같은 위장(僞裝)수법에
속아 넘어간 내가 어리석었다.
연두 빛 드레스에 마음 설렜고
초록빛 투피스에 반했다.
샛노란 원피스에 가슴 부풀었는데
오늘 본 너는 가짜일 뿐이다.
황폐한 자신의 모습을 숨기려
온 몸을 칭칭 감고 나타날 때 마다
일말의 의심도 없이 믿어 준
혜안 짧은 어리석음을 후회한다.
하지만 가식의 옷을 훌훌 벗고
이제라도 있는 속살을 보여주는
나목들의 줄을 잇는 고해성사에
풋풋한 향기가 충만하다.
20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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