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고해성사

신사/박인걸 2020. 10. 27.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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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사

 

그토록 황홀했던 이파리들은

바람 불던 오후 어디론가 떠나고

거무칙칙한 가지들만

살풍경한 느낌에 불쾌하다.

 

겉모양에 그냥 반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는데

감쪽같은 위장(僞裝)수법에

속아 넘어간 내가 어리석었다.

 

연두 빛 드레스에 마음 설렜고

초록빛 투피스에 반했다.

샛노란 원피스에 가슴 부풀었는데

오늘 본 너는 가짜일 뿐이다.

 

황폐한 자신의 모습을 숨기려

온 몸을 칭칭 감고 나타날 때 마다

일말의 의심도 없이 믿어 준

혜안 짧은 어리석음을 후회한다.

 

하지만 가식의 옷을 훌훌 벗고

이제라도 있는 속살을 보여주는

나목들의 줄을 잇는 고해성사에

풋풋한 향기가 충만하다.

20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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