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추색(秋色)

신사/박인걸 2020. 10. 3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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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색(秋色)

 

붓 없는 색칠에 산은 짙어만 가고

소리 없는 음향은 귀 있는 자만 듣는다.

바라본 뫼부리 경외감마저 느껴지지만

추색(秋色) 짙은 10월도 저문다.

한 시절 살아온 인생(人生)이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의 숲을 헤집으며

들 노루 마냥 뛰어 다니다보니

석양빛이 깊은 발자국에 가득 고인다.

앞마당 베고니아 붉은 꽃잎에

늦 나비 한 마리 가엽게 나풀거릴 때

다가올 운명의 시간을 못 읽는

어떤 노인 같아 참 가엽다.

내 조부 향년을 훌쩍 넘기도록

땅을 딛고 하늘만 우러러 보았으니

추색 깊은 산과 함께 익어가도

난 하나도 두렵지 않다.

가을빛이 가로수에도 깊이 드리웠다.

202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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