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추색(秋色)
붓 없는 색칠에 산은 짙어만 가고
소리 없는 음향은 귀 있는 자만 듣는다.
바라본 뫼부리 경외감마저 느껴지지만
추색(秋色) 짙은 10월도 저문다.
한 시절 살아온 인생(人生)이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의 숲을 헤집으며
들 노루 마냥 뛰어 다니다보니
석양빛이 깊은 발자국에 가득 고인다.
앞마당 베고니아 붉은 꽃잎에
늦 나비 한 마리 가엽게 나풀거릴 때
다가올 운명의 시간을 못 읽는
어떤 노인 같아 참 가엽다.
내 조부 향년을 훌쩍 넘기도록
땅을 딛고 하늘만 우러러 보았으니
추색 깊은 산과 함께 익어가도
난 하나도 두렵지 않다.
가을빛이 가로수에도 깊이 드리웠다.
2020.10.3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