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늦가을

신사/박인걸 2020. 10. 29. 06:28
반응형

늦가을

 

산비둘기 멀리 떠나니

앉아 울던 나무 가지가 쓸쓸하다.

토종 까치들만 종종걸음 칠 때

붉 나무가 그 앞에 열매를 던져준다.

늦가을 접어드는 길목에는

서글픈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지천으로 뒹구는 가랑잎을 밟을 때

삶의 허무가 뼛속까지 스민다.

구름에 달이 천천히 가던

아주 오래 전 서리 내리던 밤

옥수수 섶 베던 아버지 낫질 소리에

연민(憐憫)이 치밀어 울었었다.

허리 졸라맨 어머니가

등잔불 밑에 앉아 가난을 꿰맬 때

불빛에 반사된 눈에 맺힌 눈물이 슬펐다.

늦가을 낙엽이 나부낄 때면

어머니 낡은 옷자락이 눈에 밟힌다.

2020.10.29

 

반응형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슬픔  (0) 2020.10.31
추색(秋色)  (0) 2020.10.30
이상한 안개  (0) 2020.10.28
싸리 꽃  (0) 2020.10.27
고해성사  (0) 2020.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