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어떤 노파(老婆)

신사/박인걸 2020. 10. 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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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노파(老婆)

 

구겨진 얼굴의 한 노파가

낡은 수레에 파지 몇 장을 얹었다.

고르지 못한 아스팔트의

작은 요철도 힘겹게 넘는다.

삶의 무게에 눌린 늙은 아낙은

살아온 이력이 얼굴에 얼룩졌고

얼핏 본 초점 잃은 눈동자엔

아픈 그림자가 길게 드리웠다.

낡은 어깨는 툭 치면 부서지겠고

무거운 짐에 접힌 허리는

장정이 잡아당겨도 펴기 힘들겠다.

화려한 도시 그늘에 갇힌

극빈노인의 생존을 위한 싸움에

나는 그만 할 말을 잊는다.

천연스레 비치는 10월 햇살 따뜻한데

파지 줍는 노파의 차가운 가슴에는

한 겨울 바람이 몰아치는듯하다.

노파 옆을 지나가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

202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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