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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믿음
처음부터 약속한 건 아니었지만
당신이 나에게 올 것이란 믿음 때문에
지금까지 그 자리에 서서
당신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검진 결과를 기다리는 환자심정으로
조릿조릿 마음을 졸였습니다.
십리 밖 어느 들길을 걸어오실까
재 너머 어느 마을에서 쉬고 있을까
아니면 길을 잘못 들어 헤메일까
별별 억측을 자아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세워서 묻고
혹여 당신일까 또 확인하고
지나가는 바람에게도 물었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나는 생각을 바꿔
당신 오시는 그곳을 찾아 나섭니다.
날은 저물어 초승달 산마루에 남실대고
찬바람 옷깃을 연실 파고드는데
어딜 가야 당신을 만날 수 있으려나
방황하는 내 마음 당신은 아실까.
아직도 쿵쿵거리는 가슴을 안고
칠흑 같은 어둠이 술렁거린다 해도
당신을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나는 이 길을 끝까지 가렵니다.
20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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