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오직 믿음

신사/박인걸 2020. 10. 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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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믿음

 

처음부터 약속한 건 아니었지만

당신이 나에게 올 것이란 믿음 때문에

지금까지 그 자리에 서서

당신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검진 결과를 기다리는 환자심정으로

조릿조릿 마음을 졸였습니다.

십리 밖 어느 들길을 걸어오실까

재 너머 어느 마을에서 쉬고 있을까

아니면 길을 잘못 들어 헤메일까

별별 억측을 자아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세워서 묻고

혹여 당신일까 또 확인하고

지나가는 바람에게도 물었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나는 생각을 바꿔

당신 오시는 그곳을 찾아 나섭니다.

날은 저물어 초승달 산마루에 남실대고

찬바람 옷깃을 연실 파고드는데

어딜 가야 당신을 만날 수 있으려나

방황하는 내 마음 당신은 아실까.

아직도 쿵쿵거리는 가슴을 안고

칠흑 같은 어둠이 술렁거린다 해도

당신을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나는 이 길을 끝까지 가렵니다.

20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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