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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피었던 국화마저 지고 나면
이제는 피기를 기다릴 꽃이 없네.
화원에 피는 꽃이야 꽃이랄 수 있나
제 힘으로 핀 꽃이라야 꽃이지요.
피었다 금세 지는 꽃이라 해도
스스로 핀 꽃만을 꽃이라 부르려오.
찬이슬 맞으며 새하얗게 피어나는
음지뜨락의 곱디고운 국화에
여윈 두 뺨을 깨끗이 헹구어내고
빨갛게 달아오르는 단풍잎처럼
내 마음도 그렇게 익고 싶소.
한 해는 벌써 북향으로 기울고
눈꽃이 하얗게 들판으로 떨어지면
들볶기며 살아 온 한해도
여운(餘韻)만 남기고 사라질 테지요.
그래도 아직은 가을이니
잎잎이 곱게 물든 단풍을 즐기려오.
202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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