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가을

신사/박인걸 2020. 10. 9.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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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피었던 국화마저 지고 나면

이제는 피기를 기다릴 꽃이 없네.

화원에 피는 꽃이야 꽃이랄 수 있나

제 힘으로 핀 꽃이라야 꽃이지요.

피었다 금세 지는 꽃이라 해도

스스로 핀 꽃만을 꽃이라 부르려오.

찬이슬 맞으며 새하얗게 피어나는

음지뜨락의 곱디고운 국화에

여윈 두 뺨을 깨끗이 헹구어내고

빨갛게 달아오르는 단풍잎처럼

내 마음도 그렇게 익고 싶소.

한 해는 벌써 북향으로 기울고

눈꽃이 하얗게 들판으로 떨어지면

들볶기며 살아 온 한해도

여운(餘韻)만 남기고 사라질 테지요.

그래도 아직은 가을이니

잎잎이 곱게 물든 단풍을 즐기려오.

202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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