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죄수

신사/박인걸 2020. 10. 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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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

 

포성은 멎지 않고 땅을 흔들었다.

막달 찬 여인의 뱃속에서 아기가 울었다.

자신의 운명을 예측했는지 하늘을 보고 싶어 했다.

해맑은 웃음의 소녀는 궁전에서 살았다.

나는 그즈음 벽촌의 죄수였다.

캄캄한 동굴에 갇혀 스스로 탈출할 힘을 키우고 있었다.

도망칠 때 마다 아버지가 파놓은 함정에 빠졌다.

오랜 후에 나는 그녀가 사는 도시로 왔다.

나는 그녀와 동갑이나 붕배(朋輩)는 아니다.

늘 그녀의 도학적 삶을 부러워했다.

그녀는 사다리를 딛고 산꼭대기에 섰다.

바람이 산을 흔들 때 붉은 하늘이 무너졌다.

나는 하나도 울지 않았다.

내가 선 땅에는 하늘로 길이 나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향해 돌팔매질을 했다.

그는 검은 차에 실려 가면서 울지 않았다.

나는 깊은 생각에 잠기고 말았다.

내뱉고 싶은 말들을 가슴에 쌓아두기로 했다.

그녀는 옥수(獄囚) 낙인이 찍힌 채 죽었다.

사람들은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

다시 살아난다는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관 뚜껑을 열고 일어설 날이 온다고 믿는다.

나는 아직 계시를 받지 못했다.

나는 그녀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 두렵지 않다.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 나흘이 되지 않았기에 지켜볼 일이다.

내 방에 걸린 시계는 멈추지 않고 돈다.

20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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