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죄수
포성은 멎지 않고 땅을 흔들었다.
막달 찬 여인의 뱃속에서 아기가 울었다.
자신의 운명을 예측했는지 하늘을 보고 싶어 했다.
해맑은 웃음의 소녀는 궁전에서 살았다.
나는 그즈음 벽촌의 죄수였다.
캄캄한 동굴에 갇혀 스스로 탈출할 힘을 키우고 있었다.
도망칠 때 마다 아버지가 파놓은 함정에 빠졌다.
오랜 후에 나는 그녀가 사는 도시로 왔다.
나는 그녀와 동갑이나 붕배(朋輩)는 아니다.
늘 그녀의 도학적 삶을 부러워했다.
그녀는 사다리를 딛고 산꼭대기에 섰다.
바람이 산을 흔들 때 붉은 하늘이 무너졌다.
나는 하나도 울지 않았다.
내가 선 땅에는 하늘로 길이 나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향해 돌팔매질을 했다.
그는 검은 차에 실려 가면서 울지 않았다.
나는 깊은 생각에 잠기고 말았다.
내뱉고 싶은 말들을 가슴에 쌓아두기로 했다.
그녀는 옥수(獄囚) 낙인이 찍힌 채 죽었다.
사람들은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
다시 살아난다는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관 뚜껑을 열고 일어설 날이 온다고 믿는다.
나는 아직 계시를 받지 못했다.
나는 그녀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 두렵지 않다.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 나흘이 되지 않았기에 지켜볼 일이다.
내 방에 걸린 시계는 멈추지 않고 돈다.
2020.10.6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