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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계절
오늘도 전쟁터 중앙을 걷는다.
총에 맞아 죽든지 비말에 죽든지
목숨을 잃는 건 두렵다.
날아다니는 거품에 촉(鏃)이 숨어
콧구멍에 닿는 순간 목숨을 빼앗긴다.
모질은 적은 장렬한 죽음을 싫어해
음압 실에 가둔 후 명(命)을 끊는다.
낭트의 익사 형만큼 잔인한
스카피즘처럼 서서히 쓸어가니
사자에 쫓기는 사슴처럼
동공 풀린 얼룩무늬 인간이 된다.
봄에 시작한 전투는 지루하고
지금 같아선 종전이 묘연(杳然)하다.
매일 배달되는 안전문자에 찍힌
내 동네 확진자 숫자에 가슴이 철렁하고
왕래자 전부가 무장공비 같아
신경을 곤두세운 채 경계근무를 선다.
한 겨울 새벽 보다 더 춥고
자루 속에 갇힌 고양이처럼 허덕인다.
적진에 떨어진 낙하산병처럼
방향을 찾지 못해 막막하다.
이 지루한 코로나 19전쟁이여
이제는 불어오는 바람결도 두렵다.
20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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