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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에서
서울 시청 앞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보슬비 내리는 정류장에는
전봇대 휘감고 오른 능소화가 요염하고
때마침 내리는 여름비는
아스팔트의 찌든 먼지를 핥아갔다.
붕붕대는 승용차들은 약을 올리듯 달아나고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간대미 사거리 방향을 연실 기웃거린다.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린 사람들은
서로를 경계의 눈으로 주시하며
아무 말 없이 자유롭게 길표 앞에 서있다.
타고 내리고, 또 타고 내리고
그러고 보니 이 세상은 가고 오는 정류장이다.
흘러가는 시간을 타고 어디론가 쓸려 간다.
내 차례가 다가오면 누구나 가야한다.
나를 실은 버스는 최종목적지로 가고
내가기다리던 정류장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또 기다릴 것이다.
내 인생의 마지막 버스는 어디쯤 오고 있을까.
보슬비가 지금은 굵은 비로 바뀌고
윈도우 브라쉬는 열심히 빗물을 닦는다.
좌석에 앉은 나는 눈을 감은 채 관념론에 빠졌다.
202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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