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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추억(3)
사라예보에서 울린 총소리로
세계 1차대전이 발발한 장소에 나는 서있다.
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라틴 다리를 건너던 때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당긴 방아쇠에
프란츠 페르디난트 부부는 볏단처럼 쓰러졌단다.
프린치프의 권총은 유럽을 불구덩이 몰아넣었고
이권과 감정에 엉겨 붙은 세계 1차 대전은
1천 만 명의 영혼이 황천길로 가게 했다.
1992년 세르비아군대와 맞서 싸웠던
보스니아 청년들의 혈흔이 벌집 같은 탄흔에 고여 있고
내전(內戰)의 상징인 스타리모스트 다리는
그날의 아픔을 간직한 채 말이 없다.
인종청소의 피비린내 나던 네레트바 강물은
과거를 덮은 채 아름답게 흐르지만
강 양편의 이슬람과 기독교 세력의 갈등은
날선 도끼만큼이나 날카로웠다.
Bosnia and Herzegovina둘이 하나인 나라
긴 이름만큼 아픔을 간직했다하니
여행자의 마음도 가볍지만은 않았다.
알 수 없는 은율의 무슬림 기도소리가
하루에도 다섯 번 도시 하늘을 뒤흔들 때
낮 12시 일제히 울리는 성당의 종소리는
여행객 마음을 평온하게 위로 한다.
발칸의 흑진주 몬테네그로는
국토전체가 거대한 암석 산맥이고
땅 한 뼘 없는 척박한 땅에서 생존기법이 궁금했다.
성 트리푼 성당 앞에는
이국(異國)인 여행객들이 장사진을 치고
바다위에 떠 있는 성모 섬은 작은 낙원이었다.
부슬비 온종일내리는 산골길을 돌아
내가 탄 버스는 사라예보 국제공항으로 달린다.
20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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