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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반추
이쯤에서 자신을 뒤돌아보니
눈에는 안 보여도 기억에는 보인다.
전방(前方)응시는 매 눈이었으나
후방 관찰은 박쥐 눈이었다.
삐뚤거리며 살아 온 허점투성이의 걸음을
짚어보기조차 민망해 얼굴을 붉힌다.
어떤 발자국들은 지우고 싶고
세워놓은 탑(塔)들은 모조리 허물고 싶다.
먹잇감을 찾아 포유동물처럼
체면 없이 강동강동 뛰어다녔다.
기와집 다섯 채를 구름위에 지어놓고
고층 빌딩을 강물위에 세우며 살아왔다.
나는 벌거숭이 두더지가 되어
어두운 세계를 헤집고 파내내면서
내 젊음은 냉장고에 급속 냉동시켜
시간의 침투를 불승인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전원이 끊겨있어
내 얼굴은 이미 임계 치를 도둑맞고
누에 번데기들이 스물 거린다.
주름살이 거미줄처럼 화망구성 되어
연한의 종점 직전에서 서성인다.
애당초에 잠언을 길잡이로 세웠더라면
방황의 노래를 멈췄을 텐데
정하지 않은 이름을 찾아 미친 듯이 떠돌았을까.
오늘 나는 조지약차(早知若此)를 되뇐다.
20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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