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회고(回顧)

신사/박인걸 2020. 6. 1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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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回顧)

 

돌이켜 보면 참 멀리 왔습니다.

연골(軟骨)이 퇴행되게 걸었습니다.

뒤돌아보면 당신과의 출발점은 아련하고

속 뇌에서 불꽃놀이를 해도

가물거리는 삶의 줄거리들이

가을마당에 붉은 고추처럼 널렸습니다.

산야는 여전히 의구(依舊)하지만

세상은 처음 본 강물이 흘러갑니다.

수고의 이파리들을 수없이 피웠지만

남아있던 잎도 어디론가 흩날리고

빈가지만 덩그러니 뻗어있어

새들의 숲이 내게서 멀리 사라졌습니다.

아직도 천근(千斤)다리를 끌고

가파른 고갯길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당신의 부축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당히 여기는 내 마음은

떠밀려 살아 온 부유물 나그네가 아니라

붙잡히기보다는 자유로운 걸음으로

고난도 감내하며 자신을 단련 한 일은

당신이 이끌어준 오직 은혜입니다.

자귀나무 꽃 잎 닭 벼슬처럼 붉은데

초롱 꽃 한 낮에도 불 밝히는데

물살에 튀는 햇살이 작열하는 어느 여름

낮 선 냇물에 발을 담그며

물처럼 흘러온 삶을 돌이켜 봅니다.

송사리 떼 당신 만나던 날처럼 놉니다.

20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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