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여행 추억(2)

신사/박인걸 2020. 6. 1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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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추억(2)

 

슬로베니아의 6월은 천국 아랫마을이다.

하늘에는 푸른 유리바다가 출렁이고

담숭담숭한 가로수 잎에는 태양 빛이 앉아 논다.

영롱한 에메랄드 빛 블레드 호수에는

고기떼가 원죄 없는 자유를 누리고

방금 결혼한 청둥오리 한 쌍이

진한 애무로 신혼여행을 즐긴다.

그림으로 보던 알프스 전경에 소스라칠 때

어릴적 듣던 예배당 종소리가 추억을 되살린다.

호수 가운데 그림 같은 예배당 뜰에는

예수 성상이 인자한 웃음을 띠고

작은 예배당에 들어서자 내 집 같아 평온하다.

절벽 위 중세 성에는 어느 영주의 탐욕이 배어있고

로마네스크 양식의 완전한 석암 요새도

영주의 생명을 지켜주지는 못했다.

동양 나그네는 카르스토 동굴 행 열차에 올라

석순과 종유석 숲을 헤치며 달렸다.

기기묘묘한 지하세계는

고대 황제의 별장처럼 아로새겨

아바타의 토루크 막토를 타고 이상 세계에 온 느낌이다.

귀리는 익어 주인의 낫을 기다리고

흐드러진 야생화에는 벌들이 꿀을 모은다.

티볼리 공원에는 영웅들의 영혼이 깊이 잠들고

내가 알지 못하는 아픈 역사가

도시 뿌리마다 깊이 박혀있다.

온종일 걸어도 피곤치 않은 나그네는

몬테네그로를 거쳐 보스니아로 달려간다.

20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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